좋은 사람

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그 애를 생각하는 부분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. 좋은 부분은 여전히 좋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. 그래도 그 애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나날들이 정말 많았노라고 말하고 싶다. 그 애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, 힘든 일이 있으면 난 항상 그 애의 다정함에 기대어 치유받았다. 항상 그 애에게로 도피했다. 그건 정말 내가 누군가를 돌아버릴 정도로 좋아했대도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. 좋아함과 관계 없이 그런 인간은 타고 나는 거니까. 그건 재능이다. 단순하고 심지가 굳은 재능. 믿을 만한 인간으로서의 소재.

사실 다정하다고 해도 그 애는 흔히들 생각하는 다정하고 섬세한 인간은 절대로 아니며 그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 단순하고 심지가 굳은 인간일 뿐이지만 나는 그 애의 그런 부분에 언제나 위로받았다. 더없이 좋았다. 무슨 일이 있었다고 미주알고주알 토로했던 적도 없고 품에 안겨 엉엉 울었던 것도 아닌데 나는 그 애가 단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만족스러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