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간실격

 제가 누구에게 반하건 누가 제게 반하건, 이 반한다는 말은 너무도 천박하고, 분별없고, 그야말로 자아도취적인 느낌이라 제 아무리 '엄숙한' 자리라도 그 자리에 이 말 한마디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면 순식간에 우울의 사원이 무너지고 그저 밋밋한 폐허가 되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. 그런데 '여자들이 자꾸 내게 반해서 오는 괴로움'같은 속된 표현이 아니라, '사랑받는 불안'같은 식의 문학적인 표현을 쓰면 또 우울의 사원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 참 묘한 노릇입니다.